[Borderlands3/BL]

쿵쿵쿵. 철제강화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침대에 삐져나와있던 허옇고 마른 다리가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갔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빠른 움직임이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린 사람은 곧 방주인의 허락도 없이 강력한 보안등급으로, 마치 마법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처럼 쉽게 강화문을 열어버릴 것이다. 한두번 겪은 일이 아니었다. 임무도 없는 날에 불시에 찾아와 엄마처럼 잔소...

말리완 중앙광장의 분수대가 처음 건립되었을 때도 겨울이었다. 지난 날에는 말리완 창립자의 청동 동상이 서있던 자리였다. 가지치기라는 명목하에 새롭게 가족관계를 정리한 젊은 CEO는 말리완 행성 전체를 세련된 방식으로 리모델링하기를 원했고 가장 먼저 그 오래되고 식상한 석상부터 끌어내렸다. M자를 본뜬 대리석 조각 위에 폭포수같은 첫 물줄기가 흘러내릴때 말리...

에코를 꺼내 0번 버튼을 꾹 눌렀다. 통신연결음이 끝나자마자 제인은 소리쳤다. "카타가와! 빨리와! 나 이 녀석하고 단둘이 있기 싫단 말이야!" 상대의 답변을 듣지도 않고 사납게 통신을 끊어버리고나자 다시 응접실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약 30분간 이곳을 메우고 있던 정적이 도무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싫냐하면 NO. 제인은 이 공허하고 차가...

역사는 기업전쟁시대의 개막이 이리듐의 발견과 함께 시작되었다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 대단한 일을 해낸건 고작 보라색으로 빛나는 돌덩어리 따위가 아니라 에코넷이라고. 바로 에코넷이야말로 밴딧수준에 머물러 있던 우주시대를 최첨단으로 끌어올렸다고 말이다. [ENTER] 버튼을 누르자마자 내 에코장치가 지잉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나의 사랑스...